강치원의 토론상식 4(한국 토론문화의 문제점)
진짜 토론의 달인은 이렇게 한다
토론의 달인? 당선자 시절 토론공화국을 만들겠다던 노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한 것은 두세 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토론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는 집권 초 평검사와의 대화이다. 한 마디로 실패작이다. 탈권위적 파격적 이벤트였기에 성공했다고? 그러나 진짜 성공작이었다면 어찌 한 번으로 끝났겠는가? 그 실패의 정도를 따지자면, 검사들보다는 대통령이 망가진 셈이다. TV에 비쳐진 대통령 토론방식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대통령과 통한다는 사람들에게 일러 준 적이 있다. 돌아오는 답은 한결 같았다. ‘토론의 달인’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시지 않겠느냐는 것.
20대 후반 쯤의 경험이다. 내비게이터 선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지도자의 모습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보통 1주에 한 번 정도 여남은 명이 모였다. 사전에 성경구절을 찾아 가며 교재의 문제들을 풀어 온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하나씩 풀어 나간다. “이 문제에 대해 성경은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이것을 본인에게 어떻게 적용하고 싶습니까?” 주어진 문제를 다 풀어가는 동안 지도자는 말을 아끼고 질문을 던질 따름이다. 참여자들의 발언을 유도하고 격려한다. 그래서 참여자들의 생각은 더욱 깊어지고 풍부해진다. 끝마칠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지도자가 몇 마디 들려준다. 그 지도자의 짧은 말은 그 어떤 목사의 설교보다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 때 배운 것이 있다. “아,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구성원의 입을 통해서 하는구나.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모든 것을 말해버려도 할 말이 남아있는 법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