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원의 토론이야기 12
질의응답과 질문답변의 차이
대학에서는 지필시험을 치르지 않고서도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보고서 발표, 토론 등의 방법으로 수업하기에 가능하다. 나는 성적평가의 기준을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의 수준에 둔다. 아는 것이 많은 학생이 모르는 것도 많은 법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학생뿐만이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에 그 질문을 적절하게 던져주는 교사가 진짜 교사다. 강의가 아니라 질문으로 선생님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어떨까?
질문의 모범을 보여준 성인이 있다. 바로 “진리의 산파술로서 문답”을 강조한 소크라테스다. 옛날에는 임산부들이 아기를 낳기 위해 산부인과나 조산원에 가지 않았다. 해산의 기미가 보이면 산파를 부른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기를 낳다가 죽는 일이 종종 있었다. 산파는 해산의 고통을 덜어주고 아기를 받아 주는 할머니다. 경험 많은 산파의 훌륭한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교사의 질문이라는 뜻이다. 진리에 이르기 위한 성장통도, 죽을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산통만큼이나 아파야 하지 않을까? 아픈 만큼 성숙하고...
보통 우리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촉새처럼 나불거리기 쉽다. 그러나 훌륭한 지도자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고, 질문을 던져 질문을 끌어낼 줄 안다. 질문은 절망 중에 있는 사람에게 한없는 위로를 줄 수도 있고, 또 평생을 두고서도 결코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따뜻한 질문과 비수 (匕首)의 질문, 이것이 질문의 놀라운 힘이다.
질문에는 크게 다섯 가지 성격이 있다. 우선 ①의심나는 점을 물어 간단한 사실을 확인하는 질의가 있다. 같은 사실적 차원이라도 ②자세히 살펴 따지는 심문 (審問)이나, 죄를 따져 캐어묻는 신문 (訊問)은 조사의 성격을 지니며, 법정이나 수사기관 등에서 증인이나 피고인에게도 던져 진다. (examination, interrogation). ③장관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국회의 대정부질문 (interpellation)은 가치적 차원에서 소신과 의견을 묻는 것으로 문책, 논쟁의 성격을 지닌다. ④토론에서 직접적 논증의 (deictic) 방식과 달리 대화로 진실을 찾는 소크라테스적인 질문 (Socratic elenchus)도 있다. 그 외에 ⑤브레인스토밍에서처럼 참여자들의 사고를 유발하기 위한 것도 있다.
질의와 질문은 어떻게 다른가. 국회에서 본회의는 ①개회선언 (성원이 되었으므로 개회를 선언합니다. 의사봉을 3회 두드린다. 탕 탕 탕), ②법률안 상정 (의사봉), ③소관위 심사보고나 제안자의 취지 설명, ④질의응답, ⑤반대와 찬성의 토론 (토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의사봉), ⑥토론종결 후 표결선포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 의사봉), ⑦개표 후 가결선포 (의사봉) 등으로 이어진다. 질의응답에서 질의와 달리 토론시간에 던져지는 질문은 찬반의 논쟁을 위한 것이다.
문답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질의에는 응답, 심문이나 신문에는 대답, 일반적 질문에는 대답, 토론의 질문이나 국회 대정부질문에는 답변을 한다. 응답이나 대답과 달리 답변은 사리를 똑똑히 밝히는 변론이나 변명의 성격을 지닌다.
질의와 질문, 또 질의응답과 질문답변을 구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질문과 대답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화와 토론의 기본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