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원의 토론상식 6(한국 토론문화의 문제점)
토론의 세 가지 개념 : 논쟁과 토의와 문답
나는 토론의 개념을 세 가지로 나눈다. 앞에서 말한 논쟁형 토론 외에 두 가지가 더 있으니, 토의형 토론과 문답형 토론이 그것이다. 같은 양자간 논쟁이라 해도 찬반토론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갑론을박도 있다. 그 예는 “수학여행을 지리산으로 갈까, 아니면 해운대로 갈까?”이다. 양자간 논쟁보다 수준 높은 것이 선거후보 토론 같은 다자간(multilateral) 논쟁이다. 토의형 토론은 ‘토의에서 논쟁을 거쳐 토의로’ 나아가는 회의에서 경험할 수 있다. 문제해결 능력은 바로 토의에서 길러진다. 논쟁은 대외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격적 토론을, 토의는 대내적으로 이루어지는 협의적(協議的) 토론을 의미한다. 논쟁은 다른 편과 하는 것이고, 토의는 같은 편끼리 하는 것이다. 보통 회의가 실패하는 것은 두 가지다. 그 하나는 회의의 초반부터 논쟁이 붙어 버린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본질적인 논제보다는 지엽적인 논제에서 맴돌고 만다. 다른 하나는 회의 시간에 아무런 생산적 긴장관계를 느끼지 못한 경우이다. 그것은 일방적인 지시나 훈시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회의는 같은 편 안에서도 - 예컨대 A파와 B파 사이의 - 긴장관계와 의견의 차이가 있을 때 생산적이 된다. 이렇게 ‘토의에서 논쟁을 거쳐 토의로’ 나아가는 토의형 토론 (panel discussion)이 바로 - 내가 말하는 - 원탁토론이다. 마지막으로 진짜 토론의 출발은 문답에 있다. 그 모범은 공자와 소크라테스에게서 볼 수 있다. 플라톤과 달리 저서는 없지만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잘했고, 맹자와 달리 강의를 못해도 공자는 대답을 잘했다. 그것이 문답형 토론 (Socratic elenchus)이다. 질문과 대답을 잘하는 것, 그것이 토론을 잘 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은 아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이,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법이다. 따져보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질문의 수준을 높여 가는 것을 의미한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도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 생각하면서 듣고 읽으면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다. 따라서 내가 말하는 토론식 수업이란 교실 안에서 논쟁뿐만이 아니라 문답이나 토의가 활성화되는 수업을 뜻한다.
